재능교육 노동자가 부당하게 해고되어 거리에서 투쟁을 시작한 이래 1500일이 훌쩍 넘었습니다.
매주 목요일 이어져 오는 기독교대책위원회 에배에 이번 목요일, 함께하고자 합니다.
재능교육사태 해결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 목요 촛불예배
2012.4.12(목) 오후 7시 30분, 도곡동 타워펠리스(도곡역 4번출구->50m직진, 군인공제회관 앞에서 좌회전-> 진진 페밀리마트 앞)
재능교육사태 참고 기사
“너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야”
김숙경(재능교육 사태해결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바람이 알싸하다.
서늘한 기운이 콧속을 헤엄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몸과 마음까지 휘저어놓는다. 오들오들 떨면서 잔뜩 웅크린 채 자라목을 빼어 건너다보니, 그들은 결의에 찬 콧김을 뱉어놓고 있다. 노조원들의 모습을 보며 약해져가는 나를 다잡아 본다.
1400을 365으로 나누면, 3.84라는 값이 나온다. 10월 21일이면, 재능교육 학습지노조가 거리농성을 시작한지 1401일이 된다. 즉 3.84, 4년이다. 꽉 찬 4년을 목전을 두고 있다. 사람의 나이 만 4년이면, 불안한 신생아기와 유아기를 지나 비교적 안정적인 유년기로 접어드는 시기다. 물론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도 거리에서 4년을 꼬박 보내면서 더 깊어지고 더 성숙해졌다. 그만큼 인생의 온갖 단맛 쓴맛을 다 맛보았다는 말이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 쓴맛을 더 많이 봐서 쓴 내가 몸 속 깊이 배어 있다. 아무리 씻어도 씻기 힘들만큼 상흔이 깊다. 재능교육 해고노동자들의 몸 속 깊이 밴 쓴 내가, 목을 통해 나오면서 절규의 소리를, 눈을 통해 나오면서 분노와 절망의 빛을, 사지를 통해 나오면서 결기어린 몸짓을 뿜어낸다. 평상시 그들을 보면 수더분하고 어여쁜 여성들이다.(해고노동자들 중에도 남성이 있긴 하다. 하지만 대대수가 여성이므로 편의상 여성을 중심으로 쓰려고 한다.) 그런 평범한 여성들을 누가 차디찬 길바닥으로 내동댕이쳤는가?
노동자라는 사실마저 부인당하는 재능교육노동자들이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적어도 90년대 말 중반까지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날인한 명실상부한 노동자였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위탁계약서를 들이밀고 서명할 것을 강요했고, 위탁계약을 하면 임금도 더 높아지고 더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측의 말을 믿건 믿지 않았건 일을 계속하려면 위탁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말 그대로 현대판 노비문서가 되어버렸다. 말이 개인사업자(사장)지, 회사가 출근과 조회 시간을 엄격히 체크하고 그것에 따라 제재를 가하는 것도, 교재와 실적관리, 학생관리도 예년과 그대로였다. 오히려 임금이 낮아지고 4대보험이나 퇴직금은 꿈에도 꾸지 못하는 등 노동조건이 더 열악해졌다. 이에 1999년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그에 따라 단체협상과 파업을 반복했다. 회사는 파업 때마다 노조원들을 협박하고 징계, 해고하고 손해배상까지 요구했다. 이렇게 반복을 하던 중 회사는 2007년, 적게는 몇 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 넘게 수수료(위탁계약으로 바꾸면서 회사는 월급이라는 이름 대신 수수료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를 대폭 삭감시켰다. 이에 반발하는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혜화동 재능교육본사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그 동안 회사는 노조를 탈퇴할 것을 조합원들에게 요구했고 탈퇴하지 않는 조합원들을 해고 시켰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12명의 해고노동자가 생겨났다.
회사직원들과 고용 용역은 천막을 찢어발기기를 여러 차례 했고, 천막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을 폭행하고 성추행과 성적 모욕도 서슴지 않았다. 노조 차량 타이어를 펑크 내고, 엔진에 모래를 집어넣어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고도 당당했다. 20억이 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하고, 또 집행하고... 회사측은 당당함을 넘어 뻔뻔함으로 중무장한 지 오래였다. 사측은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 학습지교사들에게는 치졸할 정도로 아끼던 돈을 노조원들을 탄압하기 위해 고용한 용역에게는 아낌없이 퍼부었다. 노조원들을 더 잘 탄압해달라고 비싼 양주를 비롯한 뇌물을 돌려서 용역회사에서는 VVIP로 분류되는 영광도 누렸다.
오랜 투쟁기간 동안 노조원들은 단식을 하기도 하고 삭발을 하면서 무관심한 시민사회에 절규어린 소리를 내뱉었다. 그 절규어린 목소리에 끌려 투쟁 현장을 찾아갔고,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재능교육 사태 해결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였다. 올 4월, 서울 도심 두 곳에서의 1인시위를 시작으로 대책위 활동을 시작했다. 대책위에는 내가 속한 기독여민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국교회인권센터,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수살기, 향린교회가 함께 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늦은 7시 30분, 촛불을 들고, 혜화동본사와 시청농성장, 타워팰리스(재능교육 박성훈 회장의 집)를 찾아가 기도회를 드리고 있다. 그리고 점심시간, 식사를 하러 나오는 직원들을 공략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정오 무렵, 혜화동 본사를 찾아 ‘작지만 큰 힘 되는 화요기도회’를 드리고 있다. 거리서명전을 위해 1~2개월 마다 행사현장을 찾기도 한다. 기독교대책위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능교육 현장에 결합해 그들과 끈끈한 인간애를 맺으며 연대하고 있다. 비정규직 투쟁으로 악명 높았던 기륭전자가 1800일 가까이 거리투쟁을 했었다. 재능교육이 기륭전자 기록을 갱신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우리들 속에 있다. 이전에도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재능교육 현장에 결합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끝내 함께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 기독교대책위는 끝까지 함께 할 생각이다.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의 친구가 되셨던 예수의 사랑이 우리 속에서 살아있는 한 우리는 그들과 함께 할 것이다.
날씨는 하루하루 겨울을 향해 달음질 치고 있다. 이제는 마지막 텐트까지 빼앗겨 침낭하나로 칼바람을 견디며 길바닥에서 자야 하는 그들이 있다. 그들이 우리에게 함께 하자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문제라고 외치고 있다. 우리, 이제 귀를 열고, 눈을 열고, 마음을 크게 열어 그들의 소리를 온 몸으로 받아내자. 그게 어렵다면, 집으로 향하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기도회에 들르면 어떨까?
*이 글은 성서한국 소식지 10호 '성서한국 그리고 당신과의 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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