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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8 14:59





(1부 토크)


한솔(이하 최) : <청춘력 발상 토크> 두 번째 시간. 오늘은 청년 정치인 두 분을 모시고 청춘의 정치참여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대 총선이 드디어 끝났다. 20대 총선을 치루면서 어떠셨는지, 그리고 끝난 결과 어떠신지 소감이 궁금하다. 


조성주(이하 조) : 여러분은 총선 결과를 어떻게 보셨는가? 개인적으로는 (야당의 승리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 선거 중반에 모든 언론과 주변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을 말해서 조금 흔들리긴 했는데, 시간이 지나서면서 승리를 자신했다.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한 쪽이 다수가 되는 것을 막는다는 정치학적 이론이 이번에 나타났다. 그 동안 양자대결로 가는 선거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정의당의 선거 결과와 제가 당선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나는 정의당이 현재의 실력만큼의 결과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툴툴 댈 시간이 없다. 여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나는 주로 소외된 노동의 문제들을 많이 이야기해왔다. 앞으로는 내가 이야기 해온 것을 어떻게 정책으로 구체화 할지 더욱 고민할 것 같다. 최근에는 대학원생의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홍지숙(이하 홍) : 한 번도 직업 정치인으로 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가 없으면 말 못하는 동식물, 투표권이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 국가권력의 횡포로 삶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밀양 할머니들, 성장과 돈, 경제만을 외치는 정책들, 먹고 자는 삶의 근본을 이루는 문제들이 배제될 것이 눈에 선했다. 출마가 예상되는 각 정당의 후보들이 이를 대변해 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웠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유권자로서 내 한 표를 위해서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당선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선거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말이라도 마음껏 하고 싶었다. 역시 결과는 쉽지 않았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나는 후보라는 역할을 맡았을 뿐, 당원들 모두가 후보라는 것을 가장 많이 강조했다.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선거를 통해 많은 사람들, 특히 청년들이 정치 공간에 많이 등장했다. 


최 : 조성주 소장은 천문학을 전공하셨고 홍지숙 위원장은 디자이너셨는데 정치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조 :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정치에 뛰어 든다’는 표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치를 직접 하는 것이다. 정치에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선거에 관심을 갖고 당에 가입을 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해왔다. 대학 때 천문학을 전공했지만 저 하늘의 문제보다는 이 땅의 문제, 사회문제에 더 관심을 가졌다. 정당 활동은 민주노동당에서 처음 시작했다. 특히 개인적인 관심은 청년 문제에 있었다. 알바는 왜 노동이라 불리지 못하는가. 왜 청년들은 고시원에 살아야 하는가. 왜 나는 학자금 대출 때문에 신용이 떨어지고 힘겨워 하는가 등의 문제에 관심이 생겼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청년유니온을 만드는 활동을 했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내가 직접 정치를 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면 누군가 이를 대변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언젠가부터 직접 해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스스로 정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먼저 정당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었다. 그래서 정의당 당대표에도 출마했다. 


홍 : 중학교 때 가고 싶은 학과가 천문학과였는데. (웃음) 사실 나는 비교적 평탄하게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누리는 풍요가 누군가의 고통 위에 세워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녹색당에 가입하게 되었다. 정치 경험이 없어서 처음에는 정당 활동에 대한 긴장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평소에 지지하던 시의원이 녹색당 시장 후보로 나왔다. 그분이 녹색당이었는지 그 때 알았다. 어느 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분이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낯선 마음에 주저했지만, 친구들이 용기를 주어 가보게 되었다. 당시는 5년째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던 때였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조금씩 참여하게 되었고, 여기까지 이르렀다. 특별한 소명의식은 없었다. 주변 당원들이 생각을 물어주었고, 그 물음에 대해 더 책임 있는 발언을 하고 싶어졌다. 그런 내 의견이 조직 운영에 사용되는 것을 보며 책임감이 들었다. 그래서 더 공부를 하게 되었다. 


최 : 19대 국회에 청년 비례대표 할당제 등으로 청년 정치인들이 대거 들어갔다. 우리가 잘 아는 더불어민주당의 김광진 의원이나 장하나 의원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들도 결과적으로 기성정치인들의 들러리 역할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존 정치에는 기성정치인들이 만들어놓은 구조가 있기 때문에 그 곳에서 청년정치인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두 분이 청년 정치인으로 느꼈던 한계는 무엇이었나? 


조 :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답을 할지 고민한다.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당황하시지 않을까 싶어서다. 나는 기성 정치의 문법이 크게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의 정치 문제는 기성세대가 만들어서가 아니라 사회문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다. 

청년문제가 정치 구조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이는 청년 문제에 대해 절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것을 보여주는 청년 정치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청년 비례를 할당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성장해서 당의 리더가 되는 것이 더 건강한 구조다. 이게 잘 안되기 때문에 미봉책으로 지금의 청년 비례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김광진, 장하나 같은 국회의원들이 굉장히 훌륭한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정치인 개인으로 들어가서는 한계에 부딪힌다. 새로운 정당이 출현하고 정치에 들어가서 균열을 낼 때 한국 정치가 바뀔 것이다. 

한국은 히어로같은 정치인을 바란다. 착각이다. 정치는 정당으로, 조직으로 해야 한다. 강준만 교수의 이야기처럼 청년들이 국회 이전에 정당으로 쳐들어가야 한다. 정당을 청년들이 장악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인보다는 정당을 더 주목해주시면 좋겠다. 정당이 바뀌지 않는 한 정치인은 바뀌지 않는다. 한국은 국회의원 물갈이 비율이 가장 많다. 인물을 보고 찍는 것이 우리 정치를 썩게 한다. 선거는 정당을 보고 해야 한다. 


홍 : 나는 스스로를 청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회 청년부에서도 서른 살이 됐을 때 자발적으로 나왔다. 다른 후보들 보다 상대적으로 젊어서 청년 후보 소리를 들을 뿐이다. 청년으로서의 한계보다는 중년 남성 엘리트가 대변하는 정치판에서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약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정치구조가 중요하다. 그래도 지역에서 녹색당 활동을 하면서 청년이라서 반가워해주고, 더 기회를 주고자 하는 분들을 만나서 감사했다. 




최 : 조성주 소장은 청년유니온 활동을 통해 30분 배달제 폐지, 주휴수당의 규정화 등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녹색당도 이번 총선에서 의석 획득은 하지 못했지만, 이미 그 어떤 당보다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54%가 여성당원으로 이루어져있고, 서울지역에서는 20-30대 당원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모임도 활성화 되어 있다. 이처럼 이미 청년층을 정치로 이끌어 내고, 유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두 분께서는 구체적인 삶의 변화, 손에 잡히는 정치를 표방하고 계시지만, 이미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되려 기존 정치에 들어가면 위에서 이야기한 한계들로 인해 활동 범위가 더 좁아질 수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정치를 하시고자 하는 이유, 정치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꿈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두 분이 정치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 


조 : 다양한 활동을 통해 냈던 성과들로 인해 받았던 기쁨은 평생 가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과정들이 감동적이었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정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내가 느꼈던 이런 기쁨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렇지만 정치는 힘들고 괴로운 일이기도 하다. 나는 정치를 아름답게 포장하고 싶지 않다. 종종 ‘어떻게 정치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 말은 정치는 천사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한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불완전한 나와 같은 것이기에 정치를 하는 것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그들과 설득하고 토론하고 해야 한다. 나와 반대에 서있는 그들도 존재로 인정하고 과정에서 결과를 만드는 것이 정치다. 


홍 : 앞으로도 계속 직업 정치인으로 살겠다고 결심을 한 것은 아니다. 선거에서도 ‘정치하는 시민’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작년에 과천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7명 시의원 중 새누리당이 3명, 더민주가 2명, 풀뿌리 시민조직에서 배출한 무소속 시의원이 2명이다. 과천 시장이 시 공유지를 개발해서 승마체험장과 캠핑장을 짓는 것을 추진했다. 그런데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 시의원들은 찬성하고 무소속 의원들만 반대했다. 이대로 가면 그냥 통과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풀뿌리 무소속 시의원들이 그 문제를 시의회 밖으로 가지고 나와 시민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상식과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사업안이었으므로 많은 시민들이 반대에 힘을 실었다. 서명운동, 홍보물 배포, 대토론회 등 활동이 점점 확장되었다. 민주당의 시의원들이 압박을 받았는지 막바지에 반대로 돌아섰다. 그 사업은 무산됐다. 이 경험을 통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봤다. '정치하는 시민'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정치란 누군가에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라, 시민 일반의 지성과 상식과 양심으로 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최 : 주변을 둘러보면 사회가 양극화 되어 있는 만큼 청년도 양극화 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노해서 적극적으로 정치에 나오는 청년들과 개인적 삶 외에는 무관심한 청년으로 나뉘어져 있다. 조성주 소장은 2013년도에 청년유니온과 일베가 한 뿌리에서 나왔다는 내용의 칼럼을 쓰셨는데 어떤 의미에서 그 칼럼을 썼던 것인가? 


조 : 괴물은 어디서 탄생하는가. 나는 우리 모두가 괴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괴물은 우리 공동체 안에서 우리가 만들어 내고 있다. 괴물은 소외되고 차별된, 어두운 공간에서 만들어진다. 그 어둠에서 이를 극복하려 하는 누군가가 등장할 수도 있고, 반대로 아예 괴물이 될 수도 있다. 청년의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고자 청년유니온이라는 단체가 생긴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혐오와 적대감으로 무장한 일베 같은 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 둘은 서로 전혀 달라 보이지만 그 뿌리는 같다. 그 칼럼을 쓰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진보 개혁적이라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일베를 비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그들의 존재가 아니라 그들을 만드는 구조다. 그들을 비난만 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우는 행위에 불과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행위가 정치다. 


최 : 홍지숙 위원장은 오랫동안 다녔던 모교회가 출마하신 지역구에 있었다고 들었다. 출마한다고 했을 때 교회 분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교회 청년들이나 주변 친구들 중에서도 선거 운동을 함께 도와주었는가?


홍 : 후보로 출마하며 사람들이 ‘홍지숙도 하는구나,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 중에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된 사람들이 있었다고 한다. 정치를 포기한 선배들, 정치에 무기력을 느낀 청년들, 정치는 시궁창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정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정치는 바로 내 일이라고 느꼈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반응으로 그치지 않도록 실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국회의원 후보라는 생소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내가 뛰어들 수 있는 공간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교회 친구들, 동네 친구들이 선거를 많이 도와줬다. 그중에는 녹색당 지지자가 아닌 사람도 있었다. 이들과 선거운동만이 아니라 공적인 정치 대화도 많이 가졌다. 선거 끝나고도 계속 정치 활동을 하고, 당원으로 활동 해보고 싶다는 친구들도 생겼다. 




최 : 이번 총선에서는 청년 조직들이 꽤 많이 보였다. 각 당에서 젊은 청년 예비 후보도 19대 총선에 비해 많았다. 이건 그만큼 청년들에게 변화를 향한 갈망과 분노가 많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이 열정과 분노를 어떻게 정치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 투표를 넘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궁금하다. 


조 : 정치 활동은 굉장히 다양하다. 일단 차근차근 정치에 대해 찾아보고 공부하며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의제들이 정치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나서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부해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이슈에 대한 발언과 행위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세계관과 맞는 정당에 관심을 기울여보길 권한다. 나에게 맞는 정당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런 정당을 찾았다면 정당에 가입해 보는 것이다. 정당의 다른 말은 세계관이다. 어떤 세계관을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맘에 드는 정당이 없을 수 있고, 나의 세계관과 100%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나 자신도 모든 문제에 대해서 명료한 관점과 입장을 가지고 살지 못하고 있지 않나. 듬성듬성해도 큰 세계관을 선택하고, 내가 모르던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서 성장해 나가야 한다. 민주주의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공동체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개인도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어떤 정당이든 정당을 선택해서 가입하시면 좋겠다. 설령 새누리당이어도 자신의 세계관과 맞다고 생각한다면 상관없다. 


홍 : 어떤 단체를 후원한다는 마음으로 가입했는데 자연스럽게 거리에 정당 현수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현수막이 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걸음 나아가니 한걸음 더 내딛을 수 있었다. 나의 생각을 공고히 하기 위한 또는 깨뜨리기 위한 모임을 가지고 싶었다. 동지를 만나고 싶다고 1년 동안 일기에 썼다. 지뢰 찾기 게임을 하다보면 어느 하나를 누르면 지뢰가 터져 주변이 다 터지는 것처럼 어느 순간 동지들을 만나게 되었다. 정치에 한걸음 내딛을 수 있었던 것은 내 말을 듣는 사람들, 동료들, 모임을 만났기 때문이다. 


최 : 정의당과 녹색당, 힘 있는 정당이지만 소수 정당이다. 

각자의 당을 선택하신 이유와 당내에서 청년정치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으신지 궁금하다. 


조 : 2002년에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이후로 당적이 없었던 적이 거의 없다. 지금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진보를 대표해서가 아니다. 기존의 진보정당과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정의당이 처음으로 민주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인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의 진보정당은 상대편을 인정하지 않고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운동체였다. 그러나 지금의 정의당은 새누리당을 부정하지 않는다. 정의당이 보여주는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진지한 세계관에 동의가 됐다. 또 명확하게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복지국가 선도정당이라는 슬로건에 동의했다. 현재는 주로 정의당 내에 있는 미래정치센터에서 당의 청년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다른 정당이 주목하지 않은 청년 의제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물론 정의당이 (개인적 생각과)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정의당이 사고하는 노동의식은 기존의 제조업 분야에만 갇혀있는 것 같다. 노동에 대한 시야가 좁은 것에 대한 답답함이 있다. 


홍 : 녹색당은 돈보다 생명을 우위에 두는 유일한 정당이다. 평소에 내일을 보지 못하고 오늘에만 집중하는 삶,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 등 단절된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해왔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생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녹색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NGO단체, 기독교 단체에서 좋은 뜻을 가지고 디자이너로,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 여러 일을 시도해봤다. 그 때 갖게 된 문제의식은 대의도 좋고 표방하는 바도 좋은데 구조의 불합리성은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실망할 각오로 녹색당 선거에 참여했다. 그런데 웬걸, 그렇지 않았다. 문제가 없지는 않았으나 선거라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한 명 한 명의 구성원이 정치적 주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를 경험했다.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녹색당은 당장은 많은 표를 잃을 것이 뻔해 보이더라도 옳다 여기는 것에 있어서는 힘을 실어 이야기할 수 있다. 투표권이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 여전히 논란이 많은 성소수자 인권, 동식물 등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정당이다. 당장에 실리와 득표, 당선에 눈이 멀어 자기 정체성을 희석시키는 다른 정치조직과는 달랐다. 

또한 민주적 의사 결정에 대한 실험정신과 실천의식이 있다. 대의원 전원 추첨제를 한다거나, 다수결보다는 합의를 통해 결정을 한다. 그러면서도 지지부진하지 않게 결과를 이끌어낸다. 이 과정을 통해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녹색당의 한계라면 시작된 지 만 4년밖에 되지 않아,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이다. 돈도 없고, 자원도 없고, 여전히 녹색당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발적인 주체가 되어 만들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최 : 각종 법령이나 통계자료에서는 만 19세~34세를 청년으로 보고 있다. 유독 정치권에서만 40대가 청년으로 불린다. 

또 조성주 소장은 당대표에 출마했을 때 기성 정치인의 역할은 끝났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사실 시대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조성주 소장은 민주화 시대에 더 가깝지 않은가. 어떤 맥락에서 자신을 청년 정치인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조 : 사실 나는 청년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거명할 때 청년 정치인이라고 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 용어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정치인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의 정치인이 있을 뿐이다. ‘청년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때는 하고 싶은 다른 말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정치가 다른 영역에 비해서 고령화 되어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내 나이가 젊은 나이로 비춰진다. 30대 후반이면 젊은 나이가 아니다. 사회에서 주역이 될 나이 아닌가. 내가 정치를 통해 대변하고 싶은 것이 청년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조의 문제이다. 지금 한국 청년의 문제들은 30, 40대가 되어도 겪을 일이다. 

당에서도 청년을 담당하라고 하는데 거절하고 있다. 거기에 갇히면 안 된다.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주류 노동의 문제다. 기간제 다음으로 시간제 노동이 가장 많다. 이미 우리 사회 가장 많은 형태의 노동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세대가 겪는 문제가 있긴 하다. 




최 : (홍지숙 위원장에게) 정치판에 후보로 뛰어든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개인의 생계, 일상과 정치인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많이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이건 정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생계를 떨치지 못하는 청년들의 현실적인 고민이다. 


홍 : 이 자리에 다들 기독교인만 오신 것이 확실한가. 이게 약간 간증 비슷한 이야기라 조심스럽다. (웃음) 30세에 직장을 그만두면서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지탱하는 부품으로서의 역할을 그만두고 출애굽 하겠다고 선언했다. 예수님 말씀 중에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하늘의 새를 먹이시고 들꽃을 입히시는 하나님이 너희를 먹이고 입힐 것이다’는 말씀이 있다. 신명기에도 하나님이 40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광야에서 너희를 책임지지 않았냐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들을 바탕으로 나도 그렇게 살테니 (하나님이) 책임지시라 기도 하며 회사를 나왔다. 지금도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이 일은 인간다운 삶을 살고 옆 사람과 조금 나눌 수 있는 정도의 돈만 벌겠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직장에 다니며 가진 것이 넉넉할 때, 친구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않아 치료비를 보탠 적이 있다. 나중에 회사를 그만두고 재정적으로 힘들 때, 이 친구가 두툼한 돈 봉투를 줬다. 차마 거절은 못하고 울면서 받았다. 성경에 하늘에 보화를 쌓으라는 말씀이 있다. 이 경험으로 하늘의 창고는 곧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 활동에 대한 경제적인 보상은 없다. 하지만 당의 동료들을 비롯해 뜻을 공유한 관계들이 나를 먹이고 돌본다. 선거를 마치고 훌쩍 떠난 여행에서 전국 각지의 동료들이 숙식을 책임져 준 경험이 그 예다.


최 : 두 분의 이야기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려왔다. 이쯤에서 1부 토크를 정리하고 잠시 휴식을 갖은 후에 청중들과의 대화를 이어가면 좋겠다.







(2부 질의응답) 


청중 : 여전히 정당가입이라는 것이 낯설다. 정당가입을 하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또 어떤 혜택이 있는가. 


조 : 혜택은 없고 의무가 주어진다. (웃음) 돈을 가져가고 자꾸 연락을 한다. 굳이 혜택을 말하자면 정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더 성숙한 개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정당은 비슷한 세계관을 가진 정치적 시민들을 만나는 공간이다. 물론 정당에도 이상한 사람들 많다. 정당이 구체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춰서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정당은 그런 발전이 잘 안 되어 있다. 정의당도 자신 있게 이야기하기에는 조금 부끄럽다. 


홍 : 전부터 동지와 스승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이제는 녹색당을 통해 세계관을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생겼다. 어떻게 성장해 갈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좋았다. 의사결정을 하는 회의 과정에서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민주주의를 경험했다. 그것이 나를 성장하게 했다. 역량 있는 시민으로 살도록 실제적인 도움을 주었다. 물론 당비만 내는 당원도 많다. 당에서의 역할은 자신이 만들기 나름이다. 


청중 : 복수정당 가입은 안 되나? 정당 말고 다른 방식의 정치활동은 무엇이 있나? 


조 : 현행법상 복수정당가입은 가능하다. 그런데 공직 출마하려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양한 정당에 돈을 뿌리고 싶다면 마음껏 하셔도 된다. (웃음) 다른 방식의 정치 활동을 묻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 것 같다. 정당은 정치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영어에서 party 라는 단어가 부분, 파당이라는 의미에서 부정적인 개념이 있지 않나. 정치는 어느 한 부분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 정치학자는 정당을 혐오조직으로 여겼다. 이기적인 자신들만의 조직으로 말이다. 그런데 민주주의를 하며 정당이 사회를 더 좋게 만드는 효과를 발견하게 되었다. 정당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정당 외에도 다양한 조직이 많이 생겨야 한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조직이 많지 않은 사회에서 정당들끼리만 있으면 공허하다. 서로 싸우기만 한다. 다양한 결사체의 대표가 정당이 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첫 번째 실천 방식은 다양한 모임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 : 정당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알고 있다. 전국 시도 5개 지역 이상에 천 명 이 상의 당원이 있어야 하고, 사무실이 있어야 하고...... 사실 녹색당도 이 벽을 넘지 못하다가 후쿠시마 사태 이후 만들어졌다. 나는 정당이 전국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에 의문이 든다. 과천에 풀뿌리 조직이 있는데, 이 조직을 지역정당으로 만들고 싶어도 현행법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단체로 등록하고 회비를 내는 활동 밖에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두 명의 시의원이 배출되기도 했다. 이렇듯 지역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할 수 있다. 



청중 : 직업이 정당인인 조성주 소장 같은 경우 생계를 어떻게 하는가? 


조 : 정의당 연구소 소장으로 있기 때문에 정당에서 월급을 준다. 어떤 분들은 국회의원 세비를 너무 많이 주는 것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부자라면 월급 없이 정치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도 정치를 할 수 있으려면 월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비가 대략 1억 5천만 원 정도 된다. 왜 그만큼 필요한가? 어느 정도는 재산이 되어야 외부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에는 돈이 필요하다. 돈이 너무 없으면 결국 기업이나 돈 많은 이들에게 흔들리기 쉬워진다. 그리고 월급을 주는 정치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자리가 많아져야 정치가 더 깨끗해 질 것이다. 유난히 정치에 관해서는 돈에 대해 민감하게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최 : 정치와 관련된 직업으로 일단 생각나는 것이 국회의원, 보좌관 정도인 것 같다. 그 외에 정치관련 직업이 뭐가 있을 수 있는가? 한국은 정치인 육성이 부실한 것 같다. 


조 : 전체적으로 직업 정치인의 수가 많아져야 한다. 지방의원, 국회의원, 보좌관, 당직자도 많아져야 한다. 외국 같은 경우 국회의원 보다 정당 내에서 오래 근무한 당직자들이 훨씬 힘이 세고 권한을 많이 가지고 있다.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당과 연결된 연구소나 재단 등 다양한 조직이 많이 생겨서 정치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우리는 정당이 자주 분열하고 바뀌지만 사회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정당들이 사회에 뿌리 내리고 있지 않다는 증거이다. 공중에 붕 떠있으니 얼마든지 자기들끼리 바뀌어도 밑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원래 정당이 바뀔 때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 사민당이 무너진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면 독일 사회의 절반 정도는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정당이 사회에 뿌리 내리려면 자체적으로 인재를 육성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발전소를 만들었던 것도 정당이 그 역할을 못하니 외부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청중 : 한국 진보정당들이 분단 상황에서 어떻게 종북 프레임을 극복할 수 있을까?


홍 : 통일이 되면 또 다른 프레임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정당에 비해)녹색당에게도 종북 프레임이 작동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해야 할 말은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 : 우리는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종북 프레임이 작동된다면 미국 같은 경우는 인종주의가 작동된다. 일종의 프레임이다. 어느 나라에나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이나 상황에 따른 프레임이 있기 마련이다. 당연히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가 취약한 나라에서는 선정적인 요소가 잘 먹히니 이러한 동원이 계속 된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취약점은 선동에 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언제든 전체주의로 돌변 할 수 있다. 취약한 정치제도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무조건 싸우면 될까. 그렇지 않다. 정치에서 이기는 최고의 방법은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대치, 평화의 문제에 진보야당이 더 좋은 대안을 낼 때 그 프레임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보야당은 종북 프레임에 맞서 친일 프레임만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직접적 대응 보다는 더 좋은 대안으로 맞서는 싸움이 되어야 한다. 헌데 아직까지는 좋은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저 또한 아직은 잘 모르겠다.




청중 : 정의당이 7.2% 득표가 아쉽긴 한데 결코 적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국민의당 출현으로 정의당에게 상황이 많이 어려워진 면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의 대선 전략은 무엇인지 조성주 소장의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다. 


조 : 개인적으로는 정의당이 차분히 가면 좋겠다. 대선에서 대단한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 정의당이 가야할 길을 차분히 가야하지 않을까 싶다. 대선 후보는 당연히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양자구도가 어려울 것이다. 정의당도 끝까지 완주하는 대선 후보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연대도 할 수 있다. 정의당은 대선보다 오히려 지방선거를 더 바라봐야 한다. 많이 육성해서 좋은 후보를 많이 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청중 : 녹색당은 독일 정당의 벤치마킹이라 할 수 있는데 기존 정당의 프레임보다는 사회 운동적인 측면이 강한 소규모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는 것 같다. 녹색당의 역량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어떤 내부 논의를 하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필요하다면 정당명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홍 : 녹색당은 유럽의 녹색당을 벤치마킹한 게 아니라 국제적 연대체제이다. 그래서 녹색당이라는 이름은 바뀔 수 없다. 많은 분들이 녹색당을 단순히 환경 정당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녹색당을 처음 만들 때 환경운동가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역풀뿌리 운동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소수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도 많았다. 녹색은 단순히 우리를 둘러싼 환경만이 아니라 삶의 토대이고 근본이다.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녹색당은 지구 공동 운명체로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이름이나 방향을 바꾸기보다 이 사회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지고 프레임을 깨뜨리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 당장은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더라도 계속 해나갈 것이다. 


청중 : 정당은 세계관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렇다면 진보정당들은 대안적 세계관을 제시할 만한 역량이 있는가를 묻고 싶다. 이번 총선 때도 각 정당의 공보물을 다 봤는데 녹색당 비례 1번이신 분이 동물 복지 관련 활동을 하시는 분인 것을 봤는데 과연 이번 총선과 동물복지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아했다. 이렇게 해서 표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정의당도 중식이 밴드 사태 같은 경우를 볼 때 진보정당들의 폭이 너무 협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정당이 더 큰 세계관을 보여주고 수권정당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홍 : 녹색당이 먹거리, 탈핵, 에너지 전환, 주거권 등을 이야기하는 현수막을 거리에 걸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현실과는 먼 이야기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주요 정치세력의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 진정 정치 의제로 다뤄야 할 것에 대해서는 멀리 있는 문제로 치부해 버린다. 결국 한국 정치가 다루지 못한 것을 다루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거기서 비롯된 편견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진짜 내 삶과 상관있는 것은 무엇인지, 정치가 다뤄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보시면 좋겠다. 


조 : 정치는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무엇 때문에 권력을 추구하는가를 잊지 말아야 한다. SNS에 보면 자칭 평론가들이 정치를 전략게임처럼 보는데 정치에 대한 가장 안 좋은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새누리당을 저지하는 것이 우리 삶에 진짜 중요한 문제인가.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변화가 일어나야 그것이 진짜 중요한 것 아닌가. 총선을 규정하는 것은 정치평론가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정당들이 각자가 내세우는 의제들이다. 

나는 녹색당 비례대표 명단이 녹색당을 제대로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녹색당은 반체제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녹색당은 체재를 흔드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래서 언제 집권할 수 있겠냐고? 유럽도 이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집권했다. 정의당은 체제 안에서 변화를 꾀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나는 진보정당이 결코 협소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의 의제가 아직 우리 사회에 주요 의제로 등장하지 못했을 뿐이다. 


최 : 마지막 질문이다. 20대 국회에 대한 전망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나눠주시라.


조 : 20대 국회는 3당 체제가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 그 아래 정의당 같은 작은 정당이 어떻게 작동할 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불협화음의 하모니랄까. 정의당까지 4개의 화음이 불협될 때 어떤 좋은 결과 혹은 나쁜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자. 그리고 20대 국회에 직접적인 청년 정치인은 부족하지만, 국회 밖에서 다양한 운동들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의당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 중이다. 미래정치센터 소장으로서는 다음 세대 정치인들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이다. 또 다른 정당들이 발굴하지 못한 의제를 많이 개발하고 싶다. 많이 돌아다니며 많은 만남을 해 나갈 것 같다. 


홍 : 선거운동을 할 때 많은 분들이 녹색당에 투표하고 싶어도 결국 전략적 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녹색당에 투표하지 못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이런 상황을 계속 내버려 둬야 하는가. 제대로 된 투표를 언제까지 보류하기만 해야 하는가. 선거 시스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 하고 싶다. 그리고 국회 밖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업 정치인 보다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만나고 싶다. 소수정당의 생소한 도전은 운동성을 갖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다. 계속 운동하고 건드려서 균열을 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청년 정치인보다는 30대 비혼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더 강하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여성주의 공부를 계속 하고 싶다. 청년 이후 가정을 이루는 당연한 수순 속에서 그렇게 살지 않는 비혼 여성들과 새로운 가족의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 


최 : 더 분의 이야기를 통해 정치와 많이 친해진 느낌이다. 정치가 저 멀리에 있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문제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오늘 이후로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정당 가입부터 고민해 보시면 좋겠다. 긴 시간 함께 이야기해 주신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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