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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8 02:23

성서한국 2015 전국대회 <더불어 한 몸, 유쾌한 세상살이> 셋째날 저녁 집회에서는 배덕만 교수님(건신대학원대학교)께서 "거룩한 공동체로서 교회 : 한국적 개신교 영성을 추구하며"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들어가는 말


이 시대의 한국교회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영성’과 ‘공동체’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성과 공동체는 한국교회 안에 매우 낯설고 어색한, 심지어 위험한 용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이 용어들이 한국교회 안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영성의 유행은 한국교회 내 영성의 부재 혹은 왜곡에 대한 본능적 반작용이며, 공동체에 대한 열망도 해체에 직면한 한국교회의 본능적 몸짓입니다. 


오늘 한국교회의 영성의 전통을 살펴보고, 이 시대의 교회가 거룩한 공동체로 재구성 혹은 재활성화 되기 위해 이러한 영성 전통을 적절히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제안해보겠습니다.



무속적 영성


‘무속’은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21세기에도 여전히 민간신앙으로서 그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한국 개신교는 한국인의 삶과 의식에서 무속의 잔재를 제거하려고 몸부림쳤지만, 그 노력에 비해 결과는 그리 신통하지 못했습니다. 과학의 경이적인 발전과 계몽주의적 세계관의 압도적은 영향에도 불구하고, 무속은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생생히 살아있습니다. 


한국 개신교도 무속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런 상황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영적세계에 대한 강한 신앙, 그리고 타자와 공공성을 배제한 개인적 복에 대한 집착이 한국 개신교에 무속이 끼친 이중적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 개신교의 급성장과 더 빠른 추락 모두에 무속의 영향이 지대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음주의적 영성


현재 한국교회의 절대다수를 장로교회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한국교회의 신학과 신앙에 개혁주의가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초기에 한국에서 활동했던 선교사 중 상당수가 교파를 초월해서,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성결운동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 우리는 한국교회의 초기 부흥운동과 성결운동 간의 긴밀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한국교회는 성경에 대한 절대적 존중과 신앙을 내재화했고, 교리와 상관없이 성령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다양한 영적 은사를 갈망하고 체험했으며, 중생 이후 성결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게 되었고, 시대적 정황에 힘입어 종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본주의적 영성


한국사회가 해방, 분단, 전쟁 그리고 군부 독재의 과정을 거치며 냉전체제에 편입된 결과로 소위 ‘자본주의적 영성’이 생겨났습니다. 반공과 친미라는 새로운 이념이 봉건과 친일의 과거를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박정희 정권을 통과하면서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한국사회에 경제 성장의 가시적 결과들이 나타나면서, 한국교회에 소위 ‘자본주의적 영성’이 급속히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성을 주도한 신학적 흐름이 ‘교회 성장학’, ‘적극적인 사고방식’, ‘번영 신학’ 등입니다. 이런 영성은 한국교회 안팎에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신자들의 경제적 능력을 획득하게 했고, 교회가 그 일차적 수혜자가 되도록 했습니다. 이 시기 한국교회의 양적성장이 절정에 달했고, 강남을 중심으로 대형교회들이 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민족의 시대적 고통에 동참하지 못함으로써 사회적 영향력과 명성은 실추되고 축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민중신학적 영성


1970년대 이전까지 한국교회는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에 신학적 입장 차이는 있었지만, 민족과 정치문제에 있어서 근본적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서고 박정희 정권이 집권연장을 목표로 삼선개헌을 시도하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기 시작했고 이후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이 시기 소수의 진보적 그리스도인들은 시대의 아픔과 구조적 문제 앞에 무책임했던 것을 반성하고 예수 정신에 입각해 군사정권에 도전하기 시작하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민중신학’과 ‘민중교회’입니다.


영성적 차원에서 중요한 소득은 한국교회가 ‘민중’이라는 사회적 약자에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사회문제를 신학의 주제로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덕택에 한국교회는 부분적으로나마 예언자적 기능을 회복했는데 그 규모와 세력은 미약했지만 그것이 역사에 남기 흔적은 감동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순절적 영성


한국교회에 오순절 운동이 시작된 것은 1920년대 후반이지만, 활성화된 계기는 6.25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땅에 신유와 방언을 강조하는 집회가 사람들에게 큰 호소력을 지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1960년대에는 조용기 목사가 등장하여 오순절 운동의 중심인물로 활약했습니다. 최근에는 신사도 운동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성령운동이 한국교회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오순절 운동은 개혁주의가 지배적인 한국교회 내에서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말씀보다는 체험, 성결보다는 능력, 고난보다는 영광에 몰두했던 것은 항상 왜곡과 일탈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역사가 현재에도 진행 중임을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입증했으며, 한국교회에 영적 동력을 회복함으로써 부흥과 성장을 가져온 것은 긍정적인 공헌이라 하겠습니다. 



수도원적 영성


1990년대 한국교회 내에 중요한 변화가 생깁니다. 그동안 보수적인 개신교인들에 의해 정통 기독교로 인정받지 못했던 천주교의 영성 신학 저서들, 특히 토머스 머튼과 헨리 나우웬의 저서들이 널리 읽히면서 개신교인들 사이에 영성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영성 운동이 처음 출현했을 때 개신교의 일차적인 반응은 대단히 부정적이었지만 이제는 가히 영성이 대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요? 그것은 복음주의적 영성, 보다 구체적으로 자본주의적-오순절적 영성에 대한 심각한 자기반성의 결과로 보입니다. 천주교 영성이 한국교회에 끼친 영향으로는 기도의 문화가 탄원에서 침묵과 경청으로 바뀐 점, 성경이 읽는 것을 넘어 묵상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그 수준도 현저하게 상승한 점, 개신교인들이 간과했던 성찬식의 가치를 회복시킨 점이라 하겠습니다.



총체적 영성


2000년대 이르러서는 소위 ‘총체적 복음’을 추구하는 다양한 저서들이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복음주의 좌파’-‘급진적 복음주의’로 명명되는 일군의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복음주의 전통에서 성장했고 사역하지만, 개인전도와 함께 사회참여를 강조하며 진보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이 2000년대에 한국교회의 특별한 관심을 얻게 된 이유는 정치적 민주화가 일정 수준 이뤄지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수용될 수 있는 정치적-신학적 공간이 열린 것, 한국교회가 주류 종교가 되면서 담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크게 확장된 결과라 하겠습니다. 이들은 한국교회에 진보적 관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깊이 인식하도록 자극을 주었고, 보다 통전적인 복음을 추구하는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나가는 말


이처럼 한국교회는 다양한 영성적 전통이 공존합니다. 시대적 요청과 개별 전통이 접점을 찾았을 때 강렬한 영향을 끼치지만, 시대적 효력을 다했을 때는 빠르게 퇴장하기도 합니다. 한국교회는 어떤 태도를 추구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기존에 존재했던 다양한 영성적 전통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진지한 반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둘째, 타자에 대한 비난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기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보존하되 복잡한 현실에 적절한 해법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셋째,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영성을 창출해야 합니다. 


총체적 난국인 한국교회의 상황 속에서 회복과 개혁이 희망은 교회가 온전한 영성을 구비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영성과 공동체성을 함께 구비해야 합니다. 영성과 공동체가 만날 때 한국교회의 부흥과 개혁은 망상이 아니라 비전이 될 것입니다. 아무리 개인이 무능하고 현실이 막막해도, 우리가 계속 꿈을 꿀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 이 글은 성서한국 2015 전국대회 자료집인 <공동체, 성경에서 만나고 세상에서 살다>에 실린 배덕만 교수님의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 진정한 회심이 필요합니다 - 2015 전국대회 첫째날 집회 말씀(김형국)

● 더불어 유쾌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하여 - 2015 전국대회 둘째날 집회 말씀(박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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